2012년 2월 7일 화요일

제주도 사람들은 아래아 ㆍ 발음을 할 수 있나요?


1. 아래아가 소실되었지만 제주도 방언에 남아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 제주도 사람들은 아래아 를 아무 무리 없이 발음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적어도 35세 이상이라면 아무 무리 없이 발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50세의 제주도 출신입니다. 제주를 떠나 살고 있지만 제주 출신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 대화할 때면 제주 방언을 쓸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제주 출신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거의 아래아 발음이 정확합니다. 훈민정음이나 용비어천가 등을 배울 때 상기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주 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과는 달리 아래아를 발음합니다.
방언은 산악이나 강으로 인해 접촉이 힘들기 때문에 생겨 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의 발달로 소통이 원활합니다. 그리고 표준어 교육으로 언어적 기층 지대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제주 사람들은 아래아 발음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언은 그 나름대로 중요합니다. 표준어가 보편성이라고 한다면 방언은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적 보편성 즉 언어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지역적 특수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2. 할 수 있다면 아래아가 옛날 조선시대 중세국어랑 발음이 똑같거나 거의 비슷한 가요?

아래아는 'ㅏ'와 'ㅗ'의 중간음입니다. 국제 음성 기호는 [ʌ]입니다. 그러나 실제 제주에서 사용하는 아래아의 음가가 [ʌ]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학자들이 그렇다고 하는 것일 뿐이죠.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설명한 음가와 제주의 실제 아래아 발음을 비교해 보면 비슷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 발음은 녹음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중세 시대와 오늘날 제주 사람들의 발음이 같은지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문헌상으로 음가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제주에서 아래아는 거의 'ㅗ'에 가까운 발음입니다.
중세의 발음과 오늘날 제주의 발음이 같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언어의 파장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의 파장설이라는 것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파문이 돌이 떨어진 가운데에서 일어나 물가로 퍼져 나가는 비슷한 원리입니다. 관찰해보면 파문이 일어나면서 파문이 일어난 곳부터 사라지면서 멀리 퍼져 나갑니다. 중세국어의 중심지는 서울입니다. 여기서 파문이 일어나 사라지면서 가장 가(邊)라고 할 수 있는 제주와 함경도로 퍼져 나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주와 함경도에는 중세국어가 남아 있다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제주와 함경도는 음가가 비슷한 것이 많이 남아 있죠.

3. 또 제주도 사람이 아닌 사람이 아래아 를 듣고 무언가 다름을 구분 할 수 있을까요?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고 수도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받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인 제 아이는 제주도사람들의 아래아 소리를 듣고 구분을 합니다.
경상도 어느 마을에는 성조가 있어서 소리의 높낮이에 의한 의미 구별을 한다고 합니다. 그 지방 사람이 아닌 대개의 경우는 구별이 안 됩니다. 그러나 아래아 발음이 경우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소리의 높낮이가 아니라 음가가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말'을 높은 소리로 하느냐 낮은 소리로 하느냐에 따라 言, 馬, 斗로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러나 말(馬)과 ㅁ+ㆍ +ㄹ(馬)의 차이는 'ㅏ'와 'ㆍ'의 차이는 음가가 분명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출신이 아니라도 다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의 발음도 거친 편이지만 억양에서 타도와는 달라 조금만 노력하면 거의 표준 발음을 구사합니다. 그래서 제주 출신인지 구분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주 출신이기 때문에 발음만 듣고도 제주 사람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구분합니다. 특히 아래아가 들어간 단어를 발음할 때는 분명하죠. 여기 사람들은 아래아 발음을 못하기 때문에 훈민정음이나 용비어천가를 읽을 때 보면 거의 'ㅏ'로 발음합니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은 고유의 음가로 발음합니다.
4. 할 수 없거나 옛날 조선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발음이라면 아래아가 남아있음에도 왜 그런 걸까요?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역사성은 언어는 변한다는 것입니다. 국어사을 배우다 보면 단어가 시대적으로 형태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음가가 바뀌었다는 것이죠. 물론 음가뿐만 아니라 의미가 바뀌는 경우도 있죠.
조선 시대와 현재의 발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언어는 지금 이 순간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실 줄 압니다.
아래아는 처음에는 첫음절에서 'ㅏ'로 바꾸고 다음에 두 번째 음절에서 'ㅡ'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성모음의 대표음이 아래아였기 때문에 중세국어에서는 모음조화가 철저하게 지켜졌지만 아래아의 음가를 대신하여 다른 음을 대신 사용함으로써 모음조화가 파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이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은 일반화되어 아래아의 음가가 사라졌지만 제주도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언어의 파장설에 의해 아래아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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